[논평] 태릉골프장 택지개발, 청와대식 실적 몰이가 부른 정책 참사

2026-01-29

e6b3236c45201.png


담당자

김동언 정책국장

연락처

010-2526-8743
dekim@kfem.or.kr


태릉골프장 택지개발, 청와대식 실적 몰이가 부른 정책 참사

–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거치면 공급은 줄고, 훼손만 남는다 –


◌ 정부의 태릉골프장 택지 개발 재추진은 서울의 주거 위기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라기보다, 청와대가 주도한 컨트롤타워의 조급증과 실적 위주의 낡은 사고방식이 빚어낸 정책 참사에 가깝다. 숫자로 보이는 공급 물량을 맞추기 위해, 세계유산과 그린벨트라는 마지막 공적 자산을 ‘손대기 쉬운 재고 물량’으로 취급한 것이다.

 

◌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26.1.29) 대책은 전문가 논의와 시민사회 의견을 축적해 온 결과라기보다, 청와대 중심의 상명하달식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빨리, 많이”라는 구호만 앞세운 전형적인 탁상 공론에 가깝다. 조선왕릉이라는 인류 공동의 유산과 서울 동북권의 핵심 녹지축인 태릉골프장을, 지역과 세대가 함께 나눌 장기적 자산이 아니라 정권 실적을 위해 ‘소진’해도 되는 일회용 자원으로 보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 무엇보다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태릉골프장에서 실제로 지을 수 있는 주택 수는 지금 제시된 6,800가구보다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태릉·강릉 일대는 왕릉에서 멀어질수록 지대가 높아지는 구릉지형으로, 능침에서 남쪽을 바라볼 때 시야에 들어오는 능선과 숲 전체가 조선왕릉의 핵심 경관 축을 이룬다. 국제 지침과 다른 왕릉 사례에서 보듯, 유네스코는 단순 거리보다 ‘왕릉에서 바라봤을 때 건물이 능선 위로 보이는지’를 엄격하게 따지기 때문에, 태릉·강릉에서 보이는 모든 고도 구간은 사실상 강한 고도·용적률 규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 국가유산청과 국토부가 이미 태릉지구에 대해 층수별 경관 시뮬레이션과 영향 분석을 해 왔다고 밝힌 것도, 평가 결과에 따라 왕릉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왕릉에서 바라보았을 때 건물 윤곽이 드러나는 고지대일수록 건물 높이와 배치를 크게 깎아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계획상으로는 6,800가구라고 발표하더라도, 실제 영향평가와 협의 과정을 거치는 사이 건폐율·용적률이 줄고 건물 배치가 후퇴하면서 실질 공급 물량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세계유산과 경관은 훼손하고, 그 대가로 얻은 주택 공급 효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최악의 조합’이 될 위험이 크다.

 

◌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입장도 이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얻는 공급 효과가 크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고, 국가유산청은 완곡한 표현으로 세계유산 영향평가의 충실한 이행을 반복해서 강조하며 사실상 조건부 유보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종묘 앞 세운지구와 태릉CC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세계유산 보존 원칙이 단기 공급 실적 논리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는 사회적 불신의 표현이기도 하다.

 

◌ 서울환경연합은 묻는다.

 

조선왕릉을 둘러싼 경관과 생태계, 그리고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얻어낸 결과가, 실제로는 서민 주거 안정에는 턱없이 부족한 ‘축소된 공급 수치’와 일부 고급 주택지 조성이라면, 그 사회적 갈등과 환경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 청와대와 중앙정부가 만든 설계의 책임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겠지만, 한 번 훼손된 세계유산의 경관과 생태계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브리핑과 실적 홍보가 아니라,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다.

 

첫째, 청와대와 중앙정부는 태릉골프장을 숫자 채우기용 공급 후보지로 보는 관점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둘째, 세계유산과 그린벨트 보존을 전제로, 태릉 일대를 어떻게 보전·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도시·환경 비전을 다시 짜야 한다.

 

셋째, 주거 위기 해결한다면서 구조적 처방에 나서지 않고, 남은 녹지와 세계유산 주변부를 잠식하는 ‘쉬운 선택’에 기대서는 안 된다.

 

◌ 서울환경연합은 청와대와 정부, 서울시가 태릉골프장 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세계유산 보존과 기후위기 대응, 주거 정의를 동시에 충족하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숫자로만 존재하는 공급 실적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정이야말로 진정한 컨트롤타워의 리더십이다.

 

2026. 1. 29.
서울환경연합
이사장 최영식
사무처장 이동이

 


© 2021 Seoul KFE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