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가로수 파시즘을 멈춰라

2025-10-21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가로수 파시즘을 멈춰라


담당자 조해민 생태도시팀 활동가연락처 010-2824-4604 / haem@kfem.or.kr


◌ 지난 10월 20일 마포구(구청장 박강수)는 ‘마포대로에 일제강점기 산물인 플라타너스 가로수를 베어내고 토종 소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멀쩡한 플라타너스를 벌목할 근거가 없으니 하다못해 반일(反日) 감정을 끌어들이는 궁색한 처사다. 


◌ 마포구의 대규모 플라타너스 벌목과 소나무 식재는 단순한 조경사업이 아니라 가로수 파시즘이다. 나무가 그 자리에서 40년 넘게 주민과 맺어온 관계와 서사를 무시하고, 생동하는 도시 경관을 구청장의 낡은 애국주의적 취향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다. 

 

◌ 마포구가 허둥지둥 보도자료를 발표한 배경엔 가로수를 아끼는 시민의 저항이 있다. 마포대로 공덕역~마포대로 구간 플라타너스를 벌목하고 소나무를 심은 후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남은 공덕역~아현역 구간에 소나무를 조성하려던 2차 계획이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이다. 현재 마포구는 2차 사업에 대한 서울시 도시숲심의위원회 심의도 취소한 상황이다. 

 

◌ 일제 잔재다, 외래종이다, 부패했다, 침수를 유발한다 등 마포구는 플라타너스에 각종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 하지만 주민을 설득하기는 커녕 커져가는 오해를 조금도 해소하지 못한다. 삼국시대까지 언급하며 토종 vs 외래종 이데올로기로 생명을 갈라치기 전에 설명해보라. 마포대로 수백 그루 플라타너스가 모두 썩어서 쓰러질 위기에 있었는가? 그렇다면 왜 벌목한 나무 각각에 대한 위험성 진단서를 공개하지 못하는가? 

 

◌ 마포대로의 대부분 플라타너스는 벌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환경연합이 나무의사와 함께 공덕역~아현역 구간 플라타너스 192그루를 조사한 결과 이중 166그루(86.5%)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물론 척박한 도시환경에서 썩고 구멍이 나고 보도블럭을 들어올린 나무도 있었지만 벌목을 고려할 수준은 6그루(3.1%)에 불과했고, 나머지 20그루(10.4%)는 주기적 조사가 필요한 정도다.

 

◌ 벌목 소식을 접한 마포구민과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소나무는 병충해에 약해 가로수에 적합하지 않다”, “건물도 아닌데 노후화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소나무 많은 강원도 사는 사람인데 봄에 문도 못열고 산다” 등 사업을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과 “울창하게 잘 자라고 있는 걸 교체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그 자리에서 성장한 나무를 소중히 지켜주자”는 요구를 언제까지 외면할 셈인가.

 

◌ 마포구는 사업의 정당성을 묻는 구민에게 보도자료로 소나무 역사교육을 하는 권위적 태도를 부디 버리길 바란다. 그리고 가끔 오는 “외국 국가 원수와 귀빈”이 아닌 이 거리를 매일 걷고 살아가는 구민의 목소리를 듣길 바란다.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건 빈약한 상징이 아니라 두터운 신뢰다. 

 

◌ 마포대로 플라타너스는 경이롭다. 한 그루의 오래된 나무가 도시에 여전히 살아있다는 건 수많은 구민의 돌봄과 구청의 노력, 이들 사이의 협력 그리고 열악한 환경임에도 살아내려는 나무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마포대로 플라타너스는 마포구의 자랑이다. 이를 지켜가고 이어가는 것이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그토록 바라는 “마포의 정체성과 자긍심”일 것이다. 

 

◌ 마포구는 마포대로 플라타너스 벌목 계획을 당장 중단하라. 시대착오적인 '가로수 파시즘'을 멈추지 않는다면, 전례 없는 시민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25. 10. 22.

서울환경연합 

이사장 최영식

사무처장 이동이


마포대로 (공덕역~아현역 구간) 플라타너스 192 그루 조사 결과  


마포구 가로수 조사 사진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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