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강버스 없는 한강을 상상할 용기는 없는가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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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 없는 한강을 상상할 용기는 없는가


◌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3월 11일 서울시청 출입기자단 기자회견에서 한강버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문제”이며, “안전하지 않다면 어떤 매몰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또 “현재 한강버스가 교통수단으로서 효율성이 높지 않다는 데에는 상당한 의견 일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안전성을 보완할 수 있다면 관광용 등 다른 활용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서를 달았다. 겉으로는 단호해 보이지만, 실패한 사업에 다른 간판을 달아 연명시키려는 태도다.


◌ 정원오 후보는 지난해 12월에도 “한강버스 교통용으론 게임 끝이다”, “정식 운항한 지 열흘 만에 멈춘 것을 보면, 이 사업이 교통 대책은 아니지 않겠냐”고 말하며 수상교통의 실패를 인정한 바 있다. 동시에 “단순히 폐기하기는 너무 어렵다”,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 매몰 비용이 너무 크다”, “세금이 투입된 만큼 ‘교통용’이 아니라 ‘관광용’으로 전환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 문제는 이런 접근이 한강버스의 구조적 한계를 전혀 다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강버스는 애초에 기본 흘수가 깊은 선박이다. 선박 제원(길이 약 35m, 폭 9.5m)에 맞춰 기본 흘수를 고려하면, 항로 전반에 걸쳐 최소 2.5m 안팎의 수심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서울시는 “배가 다닐 수 있는 최저 수심 2.5m를 확보하기 위해 2.8m 기준으로 준설했다”고 설명하지만, 감조하천인 한강은 그런 수심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강이 아니다.


◌ 2025년 11월 잠실 선착장 인근에서 승객 80여 명을 태운 한강버스가 강바닥에 걸려 1시간 넘게 움직이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정식 항로에서 선저가 강바닥에 닿거나 이물질에 걸린 사례가 15차례 이상 보고된 바 있다. 좌초 사고 이후 진행된 민·관 합동조사단 점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한강유역환경청)는 잠실·옥수·압구정 선착장 일대가 “유사 퇴적과 하상 변동 가능성이 높은 ‘불안정 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수심이 얕고 하상이 불안정해 선체 밑걸림과 좌초 위험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잠실 구간은 특히 수심이 낮고 유속이 느려 모래와 흙이 쌓이기 쉬운 구간이며, 탄천 등 지천 유입과 조수 영향으로 수심 변동 폭이 크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 이러한 구조를 감안하면, “안전한 한강버스”를 만들겠다는 말은 곧 “항로 전반에 걸쳐 일정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상시 준설과 수로 정비를 계속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흘수가 깊은 선박을 얕은 감조하천에 상시 운항시키려면, 강바닥 생태계와 하상 구조를 반복적으로 긁어내는 방식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옥수·압구정·잠실 선착장이 위치한 구간은 민·관 합동조사단이 수심·하상변동 위험을 공식적으로 지적한 곳이다. 이 지점에 수상버스 선착장을 박고 흘수 깊은 배를 들여와 안전하게 운영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다.


◌ 서울환경연합은 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 등 현장 조사를 통해, 한강버스가 야생조류와 강 생태계에도 심각한 교란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누차 확인해왔다. 선착장 공사를 위해 호안의 식생이 제거되고 강바닥이 굴착되는 과정, 반복적인 운항으로 인해 철새가 집단 비행을 하며 에너지를 소모하고 쉬지 못하는 상황, 준설과 수로 정비로 인해 하상 서식처와 저서생태계가 파괴되는 문제는 단지 야생의 문제가 아니라 한강 전체의 생태·기후 안정성을 악화시키는 문제다.

 

◌ 홍수와 폭우, 폭염이 거세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한강은 재난의 완충지대이자, 도심의 열기를 식히는 바람길이며, 생명을 품어내는 도시의 생태 기반이다. 이를 반복적인 준설과 수상교통으로 악화시키면서 ‘안전성 전면 재검토’를 운운하는 것은 시민 안전의 외피만 보는 단견에 불과하다. 자연으로서의 한강이 지닌 생태적 회복력을 도외시한 채 단편적인 안전만을 외치는 것은,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 시민을 무방비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


◌ 한강에 대한 서울시의 원래 약속을 떠올려야 한다. 서울시는 2013년 한강시민위원회와 함께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구상’을 발표하며, 2030년 한강의 미래상을 “두모포에 큰고니 날아오르고, 아이들이 멱감는 한강”으로 제시했다.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고, 여의도공원의 5배가 넘는 규모의 한강숲을 조성하며, 끊어진 생태축을 복원해 생물다양성을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최근에도 서울시는 ‘자연과 공존하는 한강’을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첫 번째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자연형 호안·생태공원·한강숲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한강을 “도시의 허파이자 생태계의 보고”로 키우겠다는 비전이다.


◌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이 비전에 맞춰 정책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재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원오 후보의 한강 구상에는 이 비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그는 한강버스가 교통용으론 게임 끝이라면서도, 그 이후의 상상은 관광용으로 활용하자는데 머물러 있다. 한강버스를 지워낸 자리에 △홍수·폭우·침수에 대비한 자연형 홍수터와 습지 △폭염과 열섬을 완화할 한강숲과 그늘 △수상시설 총량 규제와 신규 개발 백지화 △수변·수상 개발 예산을 대중교통·주거·돌봄으로 돌리는 선택을 상상하는 대신, “어떻게든 이 버스를 쓰는 방법”만 고민하는 것은 한강을 교통·관광 인프라의 무대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태도다.

 

◌ 그렇기에 정원오 후보의 입장은 불충분하다. 그는 한강버스의 실패를 인정했지만,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실패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사업에 새 간판을 달아 계속 끌고 가는 것이다. 매몰비용을 이유로 전면 폐기를 망설이고, 안전을 말하면서도 한강 생태·기후 안전과 수심·하상 구조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언급은 비어 있다.


◌ 서울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조금 더 안전한 한강버스”가 아니다. 서울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한강버스가 없는 한강을 전제로, 자연성과 시민 안전, 기후 회복력을 최우선에 두고 한강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짜겠다는 정치적 결단이다. 실패한 사업을 끊어낼 용기 없이 매몰비용을 핑계로 사업을 연명시키려는 태도로는 기후위기 시대 서울의 한강을 책임질 수 없다.


◌ 서울환경연합은 정원오 후보를 포함한 모든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요구한다. “게임이 끝난” 한강버스를 어떻게 손질해 다시 띄울 것인지가 아니라, 한강버스 없는 한강에서 시민과 야생이 함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라. 그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 한강에 대한 그 어떤 공약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

 

2026. 3. 12.

서울환경연합

이사장 최영식

사무처장 이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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