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산림정책 혁신, 논쟁 봉합이 아니라 성찰과 책임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2025-09-24


산림정책 혁신, 

논쟁 봉합이 아니라 성찰과 책임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담당자 | 최진우 전문위원 | 연락처 | 010-8574-4690 / jinunechoi@kfem.or.kr


◌ 산림청은 9월 19일 ‘산림정책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는 시민사회, 학계, 산림전문가 등 26명으로 구성되어 산림 분야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중장기 혁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포괄적 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구성과 운영 방식을 들여다보면 이번 위원회가 과연 진정한 혁신을 위한 장인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 지난 3월, 영남권을 휩쓴 대형 산불로 31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국민들은 이 참사의 원인 가운데 산림청이 오랫동안 고수해온 소나무 위주의 숲가꾸기 사업과 편향된 산림정책이 주요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을 목도했다. 하지만 산림청은 원인 규명이나 정책적 성찰은 뒤로 한 채, 또다시 벌채와 인공조림 중심의 복구 예산 편성에만 열을 올렸을뿐, 산불 피해 이후 자연복원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산림청은 여전히 관행적인 정책을 답습하며 변화를 회피해 왔다.


◌ 특히 산청 산사태 이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이를 언급했고, 긴급 토론회가 열리는 등 산림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산림청은 이러한 상황에 걸맞은 성찰이나 혁신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 한편 피해지에서는 다른 길이 모색되고 있다. 산불 피해 당사자인 고운사는 인공조림이 아닌 자연복원을 택했고, 이를 계기로 여러 환경단체와 연구자들이 모니터링과 사례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사회는 산불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정부를 대신해 직접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산림청은 이런 현장의 목소리와 노력을 외면한 채, 혁신위원회를 일방적으로 꾸렸다. 더구나 ‘대외 논쟁을 봉합하겠다’는 운영계획까지 드러내면서, 혁신을 위한 소통과 협업이 아니라 불편한 비판을 조기에 잠재우려는 의도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위원회 구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산림정책의 변화를 꾸준히 촉구해온 연구자와 단체는 찾아볼 수 없고, 시민사회 몫은 고작 5명에 불과하다. 이는 ‘참여’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조건 속에서 산림청이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힌 ‘혁신 로드맵’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변화를 담아낼 수 있을지 신뢰하기 어렵다.


◌ 진정한 혁신은 비판을 차단하는 데서 비롯되지 않는다. 불편한 질문과 책임 있는 성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산림청이 대형 산불이라는 참사 앞에서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그동안의 잘못된 정책과 책임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또한 산불 원인 규명에 있어 산림청의 책임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고,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제안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 산림청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고수한다면 이번 위원회는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진지하게 경청하고, 책임 있게 응답한다면 이번 위원회가 산림정책 전환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산림청이 진정한 혁신을 선택하길 강력히 요구한다.


 2025. 0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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