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인간 너머의 기후정의 ④] 산양의 무덤이 될 설악산🐐

2024-09-19

산양의 무덤이 될 설악산🐐

지난 6개월간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2000여 명의 산양 중 절반이 집단으로 사망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는 먼저 겨울 동안 유난히 잦았던 폭설이 지목되었는데요.

이 역시 인간에 의한 기후위기가 만든 결과이지만, 산양의 죽음이 ‘인재(人災)'인 다른 이유가 있어요. 바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산자락에 설치한 울타리 때문입니다.

2,886km에 달하는 이 울타리는 다름 아닌 ‘축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세워졌습니다. ‘고기'로 팔려야 하는 돼지가 병에 걸리지 않도록 산 아래로 내려오는 멧돼지를 막고자 했던 것이죠.

먹이를 찾기 위해 저지대로 내려온 산양들은 바로 이 울타리에 가로막혀 고립된 채 죽어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해결책은커녕,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내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요.

이에 더해 정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며 산양의 서식지를 본격적으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를 비롯한 다수의 전문 기관은 환경 훼손을 우려하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해 왔는데요.

그러나 이번 정부가 대선에서 내건 공약을 시작으로, 환경부가 태도를 바꾸어 조건부 허가를 통보하며 사업은 다시금 빠르게 진척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1월 20일 착공식을 마친 후 올해 6월부터는 이미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오색케이블카의 사업 구역인 한계령 인근은 산양의 핵심 서식지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살 곳을 잃어버릴 산양을 위한 대책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연은 착취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발과 궤를 같이하는 발전과 성장은 돌이킬 수 없는 죽음만을 가져올 뿐입니다.

우리가 ‘기후정의'를 말할 때 떠올리는 얼굴들 속에 수많은 비인간동물들도 있기를 바랍니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한 번뿐인 삶을 온전히 누릴 권리를 위해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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