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장에서 만날 문어 선생님🐙

지난해 스페인의 한 수산 업체가 대규모 문어 상업 판매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 기업은 수조 약 1천 개를 갖춘 2층 건물의 양식장에서 매년 3천 톤의 문어를 사육할 계획이었는데요.

문어는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등 고등 포유류와 견줄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가졌습니다. 때문에 비좁은 양식장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 것은 문어에게 더 큰 공포와 좌절을 가져다주게 돼요.

다 자란 문어를 영하 3도의 얼음물에 담가 죽이는 도살 방식의 비윤리성 또한 문제가 됩니다. 문어들은 차가운 물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느끼며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문어의 먹이를 확보하는 일도 과잉 어획으로 어려움을 겪는 바다 생태계에 또 다른 부담이 되는데요. 사료 찌꺼기나 폐수로 인한 수질 오염, 항생제 남용 등의 부작용 역시 지나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미국 워싱턴주는 올해 3월 세계 최초로 문어 양식을 금지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캘리포니아주는 문어 양식과 판매, 소유, 운송까지 금지하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이와 같은 국제 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문어 생산량이 감소하자, 인공 종자를 새롭게 만들어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예요.

그 과정에서 문어 양식이 초래하는 환경적,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문어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인정하기 위한 시도 역시 전무한 상황입니다.

우리는 생김새도, 성격도, 취향도 전부 다르지만 감정을 알고 고통을 경험한다는 점에서는 같아요.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인간이 아닌 동물들에게도 아주 당연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인간과 비인간을 가르는 경계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모든 존재가 생명으로서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동물'로서 함께 나아가야 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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