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레터🌳

- 첫번째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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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위한 서명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시나무보호법」이 제정된 미래의 가로수는 

얼마나 울창할까요?

그 풍경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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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나무레터로 만나뵙게 되어 정말 반가워요.

오늘의 편지는 하나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어요.

“어느 깜깜한 새벽, 쿵··· 쿵··· 

도시에 거대한 숲이 걸어들어왔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무슨 내용일까?

이 질문을 받고 13살 최시은 학생이 쓴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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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깜깜한 새벽, 쿵··· 쿵··· 

도시에 거대한 숲이 걸어들어왔다.

그 숲은 도시 속으로 들어와 

모든 동물과 나무를 데리고 떠났다.

처음에 사람들은 

싫어하던 벌레와 비둘기가 없어져 기뻐했다.

그러나 얼마 뒤 문제가 생겼다.

나무가 떠나있어 공기가 더 이상 깨끗해지지 않아 

사람들 사이에 병이 돌았다.

꿀벌과 나비가 떠나 식물이 부족해졌고,

식물이 부족해지자 사람들은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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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과 나무를 데리고 떠났다니, 

도시는 얼마나 황량해졌을까요?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후회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평소에는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동물과 나무와 함께 살아가고 있고

그들에게 많이 기대어 산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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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나무의 역사를 책으로 쓴다면, 

그 제목은 ‘수난사’가 될 것 같아요.

간판을 가리고, 낙엽이 떨어진다며 

굵은 가지를 자르는 것은 기본,

열매 냄새가 난다며 잘 자라던 나무들을 

전부 베고 새 나무로 교체하기도 해요.

나무는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든 뿌리를 내다가 

스스로 몸을 조르기도 하고,

현수막을 매달고 남은 줄이나 뿌리 보호판 같은 

인공 시설물에 옥죄이기도 해요.

여러분 주변의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아마 건강한 나무를 찾는 게 더 어렵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실지도 몰라요.

사진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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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정치학』의 저자 중 한 명인 

영국 셰필드 대학교 강사 존 밀러(John Miller)는

가로수 벌목에 반대하는 지역 운동에 함께하며 

가로수의 의미를 기억, 아름다움, 환대로 꼽았어요.

가로수는 개인의 기억과 

지역사회의 기억을 담고있는 존재예요.

세대를 잇는 연결고리이자 

내 일상생활의 일부이기도 해요.

그리고 가로수는 아름답죠.

인공물로 가득한 도시에서 겪는 

미적 경험 중 하나는 바로 거리의 나무들이죠.

물론, ‘아름답다’고 말할 때 사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로수는 다른 동물의 서식지가 되기도 해요. 

존 밀러는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절대적 환대’라는 윤리를 가로수에 적용해

가로수와 가로수에 깃든 모든 생명이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환대해야 한다고 말해요. 

어떠한 보답도 기대하지 않고 말예요.

“절대적 환대란, 내가 나의 집을 개방하고 외국인에게만이 아니라, 절대적인, 미지의, 익명의 타자에게도 자리를 내어주고, 그들이 다가올 수 있게 하고, 그들이 도착할 수 있게 하고, 내가 내어준 공간에 그들이 들어와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호혜적인 보답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그들의 이름조차 묻지 않는 것이다.”(Derrida, 2000: 55)

🌖

다시 최시은 학생의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거든요.

식물이 부족해지자 사람들은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

사람들은 숲이 데려간 

동물들과 나무들에게 사과하기로 하고

숲을 찾아가 사과했다.

숲과 동물, 식물들은 인간들에게 

단 한 번의 기회를 주며

도시로 돌아왔다.

돌아온 숲과 동물, 식물들에 기뻐하며

마음을 활짝 열고 환대하는 우리가 될 수 있을까요?

나무를 위한 권리에 목소리를 높이고, 

그동안 마구잡이로 대했던 관행을 반성하며,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법으로 약속하는 것이 

그 첫 걸음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 첫 걸음을 저희와 함께 딛어주셔서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

나무의 권리, 여전히 생소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다음 주, 두번째 나무레터에서

나무와 자연에 권리가 부여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고 

다시 돌아올게요.

그때까지 도시의 나무를 

기쁘게 환대하는 한 주를 보내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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